더 많은 웅덩이들

<No. 23-2-15>, 292x146cm, oil on canvas, 2023

 나는 산, 바다, 우주 등 자연의 이미지를 겹쳐 그리며 삶과 죽음 그리고 무한성을 이야기한다. 

 레이어를 겹쳐 그리는 것은 삶과 죽음을 따로 이야기하지 않고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삶과 죽음을 공간의 무한함과 유한함으로 치환하여 보여준다. 무한한 공간을 유한하게 만들고 이것을 다시 무한하게 만들려고 시도하는데 이것 역시 무한이냐 유한이냐가 아니라 무한과 유한을 함께 봐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유한한 공간은 삶, 무한한 공간은 죽음, 무한한 공간은 삶, 유한한 공간은 죽음. 우리는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은 새로운 공간을 암시한다. 태초의 우주가 하늘도 땅도 아닌 혼돈 상태에서 거인 신이 나타나 양손으로 하늘과 땅을 갈라 공간을 찢음으로써 우주가 탄생했다는 이야기. 이러한 신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간을 암시하는 찢어진 공간-선-을 작업에 등장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가 진행되는 한옥은 과거의 형식이지만 현재에 존재한다. 나는 한옥을 시공간을 꿰뚫는 웜홀-웅덩이-로 보았다. 나는 이러한 한옥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부각하기 위하여 더 많은 웅덩이를 설치해 두었다. 잔잔하게 고여있는 물웅덩이에 발을 빠트리며 웅덩이의 표면을 일그러트리는 것은 곧 공간을 찢으며 새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것과 같다. 발을 담금으로써 일상을 찢고 새로운 예술 세계관 안으로 빠져들게 하는 장치로써 웅덩이를 사용하였다.

 웅덩이들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삶과 죽음, 있음과 없음 등을 무한하게 연결하는 통로로써 작동한다. 유기체처럼 변화하는 이 웅덩이들은 우리가 그것을 보는 방향, 시간 등에 따라서 계속해서 새로운 우주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다.